히치콕의 레베카, 같은 영화 다른 느낌~ 2020년 넷플릭스의 레베카, 1940년 알프레드

 얼마전부터 넷플릭스에서 레베카라는 영화를 예고해서 응? 설마 내가 오래전에 봤던 알프레드 히치콕의 레베카였나? 했는데 직접 보니까 그 레베카였어!

30대 시절 나름대로 예술영화에 입문하려고 영화 거장들의 작품을 일부러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쓴 적이 있다. 그때 가장 많이 빌린 영화의 거장이 알프레드 히치콕이었다. 그런데 국내에서 발매되는 비디오의 편수가 한정돼 있었던 것인지, 동네 비디오 가게에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수십 편이 넘는 히치콕의 작품을 모두 볼 수는 없었고, 그래도 싸이코 현기증 이창 새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로프 39계단 마니 등 대표작을 중심으로 십여 편을 보았고,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레베카였다.

왜 기억에 남냐면 이름만 많이 들었을 뿐 실제로 본 영화는 없는 대표적인 옛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 주연의 영화로 여배우도 정말 예뻤고 가사도우미도 무섭고 스토리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주인공들의 사진을 보자.

연인 비비안 리와 함께 출연하지 못해서인지 영화 전체에서 웃는 장면은 거의 없고 표정도 우울하다. 그러나 너무 화려한 이미지의 비비안 리는 수수하고 촌스러운 여주인공 역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조앤 폰테인도 촌스러운 여배우는 절대 아니지만 신인이어서 비비안 리보다 인지도나 세련미가 확실히 뒤진다. 참고로 조앤 폰테인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핵심 조연인 멜라니 역을 맡은 여배우의 여동생이라는 것.

로렌스 올리비에 경, 이렇게 보면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로렌스 올리비에 경은 지금은 고인이지만 영국의 대표적인 연극배우 겸 영화배우이다. 셰익스피어 연극의 대가라고 하는데 나는 본 것이 없어서 연극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연극이나 뮤지컬은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직접 펼쳐지는 연기, 특히 무대에서 몸으로 해야 하는 특성상 과장된 몸짓으로 외치거나 하는 것에 대해 너무 불편하고 연극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영화 속에서 보던 로렌스 올리비에 경은… 와~ 정말 기품이 있었다. 레베카를 촬영할 당시 33세였다지만 나이보다는 나이 들어 보였지만 우수에 찬 귀족적 분위기의 영국 신사였다. 흑백 영화라서 더 분위기 있어 보였을지 모르지만… 여주인공이었던 조앤 폰테인 역시 스웨덴의 잉그리드 버그만과 비슷한 이미지에 정말 예뻤다고 생각했다.

오른쪽 여성이 여주인공 역을 맡은 조앤 폰테인, 왼쪽 여성이 섬뜩한 가정부인 댄버스 부인 역을 맡은 주디스 앤더슨. 주디 앤더슨은 이 영화로 그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수상은 못했지만… 아, 그 해 당시의 아카데미 작품상은 바로 이 영화, 레베카가 수상했어!! 아카데미상이 정말로 없는 히치콕의 유일한 작품이다.

히치콕의 레베카에서는 이처럼 빛과 어둠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와 서스펜스를 높이는 연출이 많이 나온다. 초반 두 주인공이 몬테카를로에서 만나 사랑을 키우고 결혼하는 장면은 밝은 느낌이지만 남자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위 사진 같은 장면이 많다.

2020 레베카에서 히로인과 댄버즈 부인.2020 레베카에서는 여주인공 역을 릴리 제임스가, 남자 주인공을 아미 허머가 맡았다. 릴리 제임스는 영화 맘마미아2에서 전편 메릴 스트립의 20대 때 역할을 맡았지만 노래도 꽤 부른다. 그 영화 말고는 출연 영화를 본 적이 없다.아미 아머 역시 출연 영화라고는 맨플럼 앵클밖에 없지만 주인공 역을 맡은 슈퍼맨 헨리 카빌보다 돋보이는 역이었다. 키가 2m 가까이 되는 소련 스파이 역할을 했지만 정말 역할을 잘 하는 미남 배우였다.댐버스 여사는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라고 잉글리시 페이션트와 가을의 전설 고스퍼드 파크 툼레이더에 출연한 여배우이다. 기품 있는 귀족 부인 역에 어울리는 영국 배우이다.

1940년작과 2020년작을 비교할 생각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히치콕의 레베카는 너무 오래돼서 내가 본지도 오래돼서 주연배우는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데 비해 스토리나 장면 등은 자꾸 생각나 2020년판을 본 뒤 유튜브를 찾아 1940년판 영화를 찾아봤다. 그 때문에, 본의 아니게 비교가 되어 버렸다.

우선 주인공들은 두 영화 모두 선남선녀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 당시 배경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그 당시 사람들인 히치콕 영화판일 수밖에 없다. 2020년판은 시대적 배경이 1940년대라기보다는 그저 현대에 가깝다. 옛날 영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흑백 영화도 아니니 케이트 윈슬릿처럼 현대인이면서 고전 미인의 스타일이라면 몰라도 릴리 제임스에게는 예쁘긴 하지만 고전적인 분위기는 별로 없다. 오히려 아쿠아맨에 출연한 앰버 하드가 고전적인 미인이지만, 이 여성도 극중 배역에 어울리는 수수한 분위기가 아니라 화려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미인이어서 극중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 왕좌의 게임에 나온 에밀리아 클라크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더 잘 어울리지 않았나 싶다.

연기력까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저택에서 옛 안주인의 그림자에 밀려 스트레스를 받는 여주인공의 주눅이 들어 겁이 났고 망연자실한 모습은 1940년판이 더 어울렸다.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결국 연인 비비안 리가 공연하지 못하자 로렌스 올리비에가 조앤 폰테인을 차갑게 대했고 이를 본 히치콕도 스태프에게 일부러 여배우를 무시하라고 은밀히 지시했다는 것. 아직 신인의 호안·폰 테인은 그래서 더 실제로는 주눅 들지, 자신 없는 상태에서 연기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좀 답답할 정도로 보여. 뭐 어쨌든 덕분에 조앤 폰테인은 신인이었는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가 되었으니까, 촬영장에서의 실제 경험이 나쁘지는 않았나 봐.본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텐데.

히치콕이 서스펜스 영화의 대가가 된 것도 어렸을 때 아버지인지 어머니인지 갑자기 아는 경찰서장과 짜고 어린 히치콕을 유치장에 반나절인지 이유도 모른 채 가뒀고, 그때 겪은 공포심이 그를 영화감독으로 이끌면서 점차 다가오는 공포와 긴장감을 유발하는 서스펜스 영화를 주로 제작하게 됐다는 것. 글쎄, 대단한 부모들이다. 요즘으로 치면 아동학대에 가깝지 않나 싶지만 히치콕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영화로 극복해 승화시켰으니 대수롭지 않다. 물론 요즘 관객 기준으로 보면 수십 년 전 만들어진 히치콕 영화를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공포나 서스펜스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표작인 사이코를 봐도 지금 보면 좀 부족한 영화처럼 보이더라.

다시 돌아와서… 댄버스 부인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더 어울릴 것 같아. 레베카의 사촌 역에는 현대물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천하의 바람둥이이자 미인 레베카와 바람을 피울 만큼 매력남이라지만 히치콕 영화에서 사촌은 매력남의 모습이 전혀 없다. 그리고 나머지 인물의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

영화의 배경이나 저택 내부, 풍경, 의상 등은 20202년판이 더 좋은 것은 시대적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고. 도입부나 여주인공의 후반부 역할 등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대사까지 두 영화는 매우 닮았다. 현 시대의 분위기에 맞는 것은 2020년판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 원작에 가까운 것도 2020년판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레베카를 쓴 원작자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주인공의 비중이 더 클지도 모른다. 2020년판에서는 자신을 괴롭힌 댐버스 여사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여주인공이 반격을 시도하며 살인 혐의를 받은 남편을 구하기 위해 레베카가 진료받은 병원에 몰래 들어가 진료기록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에 비해 1940년판은 그런 장면도 없고 후반에 여주인공의 비중이 급속히 줄어든다. 물론 자체가 큰 사건도, 크게 뒤틀린 사건도 아니어서 금방 진실이 밝혀지는 사건이라 여주인공이 진력할 필요도 없었다.

마지막 대저택이 불타고 악역인 댄버스 여사가 최후를 맞는 장면은 1940년대판이 더 극적이다. 2020년판은 절벽에서 추락해 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뜻으로 1940년판은 불타는 집에서 나오지 않은 채 죽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물과 불의 대비에서 아무래도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불이니까 ~~꽤 잘나오는 소품에 새겨진 R서체는 2020년판이 더 예쁘다. ㅋ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는 인물인 「레베카~~~레베카」의 존재감만은, 옛날판도 현대판도 크게 나와 있다. 레베카 역을 맡은 배우도 없고 흔한 사진이나 초상화도 없는 인물인데 극중 인물들에게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주는 인물인 레베카~~ 이 소설이나 영화, 나는 몰랐지만 뮤지컬도 있다. 어쨌든 레베카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실제 등장하지도 않는 인물이 극 전체를 좌지우지하며 레베카에 대한 호기심을 관객에게 극도로 끌어내기 때문이다. 그가 어찌나 매력적인지 남편, 하인, 가족, 심지어 해변 별장에 몰래 드나들던 노인들조차 레베카를 잊지 못할까. 극중 인물의 대사만으로 언급되는 레베카, 저택 관리인은 레베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라고까지 극찬할 정도다.

저 정도면 후처 될 젊고 수수한 여자는 저택에 오래 살지 못하고 도망가지 않을까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보면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레베카가 없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댐버스 부인만 드물게 죽은 레베카를 찬양할 뿐 나머지는 레베카를 대단하다고 인정할 뿐 별다른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국에서도 둘째 아들이 슬퍼할 정도로 부자라는 남편도 만난 지 며칠 안 된 여주인공에게 청혼하고, 시누이 부부나 저택 관리인도 그렇고, 핵심 인물들은 레베카에 비해 신분이나 매력이 많이 떨어질 것으로 추측되는 여주인공을 편하게 대한다. 그렇다면 레베카는 매력적이나마 모두에게 골칫덩어리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레베카는 매력은 대단할지 몰라도 천사나 성녀는 아니었다. 자세한 줄거리는 스포일러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사실 레베카에 홀린 채 헤어나지 못하는 인물은 덤버스 여사밖에 없다. 오랫동안 레베카에 모시고 왔기 때문에 본인과 레베카를 동일시했다, 자아까지 잃은 안타까운 사람이다. 새 아내가 왔는데도 죽은 레베카의 자리를 계속 지키며 새 아내를 내쫓으려 하고 심지어 자살을 부추길 정도였지만 죽은 사람이 언제까지나 산 사람을 내쫓을 수는 없다. 기억과 추억은 그 자체로 남겨야 아름답고, 그것이 삶을 억압하고, 새로운 삶을 방해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댄버스 부인은 저택과 함께 사라지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남과 비교해서 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기억에만 갇혀……여주인공이 스스로를 레베카와 비교하는 장면은 초조하기만 했다. 우리는 젊었을 때 자신보다 더 훌륭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자신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느꼈다.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사는 것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2020년판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굳이 1940년판과 비교하지 않고 순수하게 영화 자체만을 즐기기 위해서다.